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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8:59 수정 : 2005.01.13 18:59

최근 제주 서귀포에서 결식 어린이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이 성장기 청소년들이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열악한 ‘부실 도시락’으로 밝혀져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는 ‘건빵 도시락’이 제공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결식 어린이들에게 돌아갈 무료 식사권을 어른들이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특히 네티즌들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책임자 처벌과 양질의 도시락 제공을 요구하며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이 파문에 대한 관료들의 ‘판박이’ 면피성 태도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산타령이다. 결식아들의 도시락에 책정된 예산은 개당 2500원이다.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용기값·배달비·인건비와 이윤을 빼고 음식 재료비로 1400원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건빵 도시락’이 문제가 된 군산시 당국자는 “그 값에 그 정도면 양호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직 도시락 업자들이 분석한 원가는 서귀포시가 제공한 도시락의 경우 각종 경비를 포함해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600원을 넘지 않는다. 실제로 한창 먹성이 좋은 전·의경, 군인들의 한끼 식대가 1500~1600원 수준임에 비추어 예산타령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리 주변의 식당만 둘러보아도 2500원이면 먹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번 파문이 단순히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철저한 실태조사와 책임자 문책, 효율적인 급식운영 체계 재구축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산을 늘리는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양과잉과 비만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편에서는 어린이가 장롱에서 굶어죽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 해소에 사회 전체가 나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런 때에 어른들이 결식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급식비를 가로채는 현실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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