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지 부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매우 일방적이며 고답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북한의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는 압박 정책이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했다고 본다. 하지만 현 국면은 이런 비판이 통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더 시간을 끌다가는 한반도 평화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북한이 6자 회담 자리에 나와서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펼 것을 거듭 촉구하는 것도 이런 엄중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 복귀 조건으로 6자 회담과 별개의 북-미 회담을 개최할 것과 주권국 인정을 요구했다는 중국 외교 소식통의 전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6자 회담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은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한다. 힐 차관보가 <한겨레>와의 회견에서 이런 요구사항을 사실상 수용한 바 있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언제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렸다. 미국 강경파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맞대응이 갈수록 위험 수위를 높여가는 한 한국이나 중국의 중재 노력은 한계에 부닥친다.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문제가 해결의 길로 나아가느냐 파국으로 치닫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음을 모두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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