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6 21:18
수정 : 2008.11.06 21:18
사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격변기를 맞게 됐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시장 만능주의, 감세, 규제 완화 등 미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들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질서 재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할 때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경제정책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수 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삶을 풍요롭고 정의롭게 만드는 데 두어야 한다. 성장률 몇 프로, 경상수지 몇 백억 달러 흑자 등 성장 지상주의가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시장이나 성장보다는 인간의 삶을 중시하는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이고 개혁이다. 오바마는 이런 변화를 주창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도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대표적인 게 대대적인 감세정책이다. 종부세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이 정부의 감세정책은 그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 1% 부자 등 소수 부유층에 돌아가게 돼 있다. 힘있는 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감세정책은 사회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감세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꾀한다지만 이는 미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났다. 오바마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는 감세를, 고소득층에는 증세를 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경제를 침몰시키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규제받지 않는 시장의 끝없는 탐욕의 결과다. 시장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데 전세계가 공감하고, 이를 위해 투기적 금융거래 등을 규제하는 장치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산 분리 완화, 내년 2월 자통법 시행 등 규제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그대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세계적인 큰 흐름에서 비켜선 채로 생존하기는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변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오바마와 닮은꼴”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과 내용은 정반대다. 하루빨리 경제정책의 기조를 전면 수정해 세계경제의 큰 흐름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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