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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6 21:23 수정 : 2008.11.06 21:23

사설

<한국방송>(KBS)이 흔들리고 있다. 재정·경영상 위기라기보다 언론으로서 기능 부전 탓이다. 이병순 사장 임명 뒤 두달여 케이비에스 뉴스는 정부 비판을 포기한 듯했고,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기던 시사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시청자는 안중에 없이 권력의 심기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민 신뢰가 무너지게 됐으니, 공영방송으로선 큰 위기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뉴스의 비판 기능 상실이다. 방송법상의 자문기구인 ‘KBS 시청자위원회’는 9월에 이어 10월에도 이 방송 뉴스가 친정부적이라며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상적 발언을 그대로 옮겨 방영하는 등 대통령 관련 보도가 과도하고, 비판적 접근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 불리한 기사가 빠지거나 축소 보도되는 일도 잦다.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은 제때 보도되지 않았고, 대통령 사위에 대한 검찰의 내사 기사도 누락됐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비리는 단신으로만 처리되고, 수도권 규제완화나 국제중 설립 등 찬반 논란이 심한 사안들도 정부 입장만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쳤다. 특정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찾아내는 기획·탐사보도는 찾기 힘들어졌다. 보도·비판 기능이 이토록 위축된 데는 이 사장 취임 뒤 벌어진 보복·숙청 인사가 큰 원인이 됐을 것이다.

정부 입맛을 맞추는 데만 급급한 듯한 프로그램 개편과 편성도 걱정스럽다. 특히 성역 없는 비판 보도와 언론권력 견제로 공영방송의 성가를 높였던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가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보수 언론의 요구대로 사실상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정부 권력에 대한 교묘한 두둔과 옹호만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내부 논의도 없이 정해진 대통령 정례 연설방송 역시 공영방송의 독립적인 편성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제는 몇몇 방송 출연자의 교체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촛불집회 무대에 올랐다거나,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언사를 했다거나, 혹은 진보 성향이라는 게 이들의 실제 교체 이유라고 한다. 유신이나 5공 때를 떠올리게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그렇게 국민 대신 권력의 뜻만 쫓으려 한다면 한국방송에는 미래가 없다. 이병순 사장과 정부는 한국방송을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일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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