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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9 21:56 수정 : 2008.11.09 21:56

사설

미국 정권교체 이후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앞날을 예고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불과 며칠 만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엄중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고집만 부린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생길지 걱정이다.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 등 오바마 쪽 전문가들이 7일(미국시각) 미국에서 만난 것은 직접대화 강화를 향한 두 나라의 공개적 의지 표명이다. 한반도 문제 관련국의 미국 정책 당국자가 대선 이후 오바마 쪽과 만난 것은 북한이 처음이다. 북쪽은 미국이 정권이양 기간에도 계속성을 갖고 협상할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큰 기대가 읽힌다. 오바마 쪽 역시 이런 기대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8년 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중단시킨 조기 북-미 관계 정상화 시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적잖다.

그러면서 북쪽은 지난 6일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군부 조사단을 개성공단에 보내 실태조사를 했다. 단장인 김영철 중장은 “(남쪽 기업이) 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냐”고 말하는 등 앞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을 요구하며 위협한 ‘단호한 실천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일종의 통미봉남 전술이다. 북쪽이 아무리 남쪽 정부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개성공단 사업을 볼모로 하는 이런 협박은 잘못이다. 이대로 가다간 어렵게 쌓은 남북관계 성과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하지만 상황 악화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악의적 무시가 아니라면 무능력의 소치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어디서도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정책 기조와 정책 수단을 재설정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 상황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미 공조는 잘되고 있다’는 공허한 말만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려면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보다 적어도 반 발짝은 앞서가야 한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이, 출발점은 10·4 및 6·15 선언 이행이다. 북쪽과의 기싸움에만 매달리다가 정책 전환 기회를 놓쳐 파국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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