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1 22:02
수정 : 2008.11.11 22:02
사설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국정조사의 핵심 대상 가운데 하나인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제부터 가동에 들어간 국정조사특위는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다.
직불금 불법 수령자 명단은 애초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지난 10일까지 국회에 내도록 지난달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다. 보름 이상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 설명대로 명단을 복원하고 불법 수령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다. 진정 그런 이유라면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정을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그래야 국회도 대책을 세울 것 아닌가.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명단을 못 내겠다는 것은 국회를 깔보는 태도일 뿐 아니라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일러야 다음달 초에나 명단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어이가 없다. 정부 일정대로라면 국회는 국정조사 종료(다음달 5일) 직전이나 직후에야 직불금 명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핵심적인 자료 없이 국정조사를 진행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은 정치인과 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여야의 대국민 약속도 공수표가 될 터이다.
물론 직불금 불법 수령자 명단을 확인하고 공개하는 것만이 이번 국정조사의 목적은 아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은폐 여부와 인수위 보고 여부 등 여러 의혹 규명과 함께 직불금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일 등 할 일이 많다. 그러자면 여야의 진실 규명 노력과 함께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이처럼 방관하는 태도로 나온다면 국정조사는 하나마나다.
분노하고 있는 농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는 준비된 자료만이라도 우선 제공하는 등 국정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책임이 없지 않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쟁 가능성이 큰 직불금 국정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흘러나왔다. 정부의 오만한 태도는 여당의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 여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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