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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1 22:02 수정 : 2008.11.11 22:02

사설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사실 여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그에게 두고 있다는 혐의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대형 건설사 인수를 위해 관계기관에 힘을 써 주는 대가로 수십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측근의 인척 명의로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가를 주고받는 과정도 복잡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30여년 동안 세무행정에 종사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악용해 법 제도와 감시의 눈길을 피하려 한, 신종 수법의 수뢰다.

검찰은 또 이 전 청장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명품가구 대금과 몇 차례의 명절 선물비용까지 대신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제 이익을 챙긴 셈이다. 국세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이런 비리를 예사롭게 저질렀다면, 그 조직 전체의 윤리의식은 또 얼마나 마비돼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 조직의 오염을 짐작게 하는 일은 그동안에도 적지 않았다. 국세청이 발족 40여 년 동안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도 수없이 많지만, 고질적인 세무 관련 부패 역시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장의 비리 사건만도 한둘이 아니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청장도 있었고, 재임 때의 수뢰나 축재가 뒤늦게 드러난 이도 있었다. 가깝게는 2003년 퇴임 청장이 감세 청탁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에는 현직 청장이 인사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들 상당수가 국세청에서 수십여년 근무했으니, 비리와 부패의 관행이 국세청 안에 그만큼 깊고 넓게 퍼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국세청은 이런 일을 과거 정부 때 일이라거나 개인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돌리려 해선 안 된다. 국세청이 십수년째 거듭 쇄신을 다짐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잇따르는 탓에, 노력하겠다는 말만으론 국민의 불신을 씻기 어렵게 됐다. 이젠 비리와 부패를 줄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민간 감독기구 설치, 국가의 조세 관련 정보공개 확대, 세무공무원의 청렴성·투명성 의무 확대 및 처벌 강화 등 세무당국의 우월적 위치를 견제할 여러 방안을 제안해 두고 있다. 국세청이 근본적으로 쇄신하자면 이런 권고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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