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1 22:03
수정 : 2008.11.11 22:03
사설
지난 4일 선거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당선 후 첫 라디오 연설에서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신용경색 위기를 해소하고, 어려운 가정을 돕고 경제성장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램 이매뉴얼은 ‘필요한 모든 조처’에는 단기적 경기 부양책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사회·경제적 프로그램이 포함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오바마가 금융위기를 여러해 동안 민주당에서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로 보고 있다며, 에너지·건강보험·교육 등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범위한 인권침해 등으로 그동안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해 온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 중임이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줄기세포 연구 제한 등 부시 대통령이 집권기간에 내린 행정명령 가운데 문제되는 부분은 취임 후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당선 뒤 일주일 사이에 전해지는 오바마 쪽의 이런 움직임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는 현재 미국과 세계가 처한 위기가 단순한 금융위기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 반영한다.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금융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일시적 경기부양을 통해 해결하기엔 그 폭과 깊이가 너무 크다.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포함한 광범한 사회·경제적 프로그램에 대한 오바마 쪽의 의지는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클린턴 정권 때도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을 시도했지만, 사보험 업자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그러므로 위기일수록 국가의 공공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은 옳다.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미국 자체를 위해서도 당연히 해야 할 결정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조처가 미국이 일방주의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적 관계를 만드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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