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2 21:20
수정 : 2008.11.12 21:20
사설
남북 관계가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어제 북한군이 다음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하게 제한·차단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온 것은 남북 관계가 조금씩 파국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북쪽 군부 인사들은 지난 6일 현장조사 명목으로 개성공단에서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달 군사실무회담에서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며 개성공단에 끼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이번 통지문은 그 연장선에 있다.
개성공단을 볼모로 대남 압박을 강화하는 북쪽의 이런 태도는 분명 잘못이다. 남북 경협의 최대 성과인 개성공단 사업의 안정성을 해치고 남북 관계를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를 갖고 경협에 참여한 남쪽 기업들 가운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을 접으려는 곳이 나올지 모른다. 북쪽을 바라보는 남쪽 기업들의 눈 또한 차가워질 것이다.
물론 북쪽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쪽 정부가 6·15 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사실상 방기하고 북쪽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전단까지 북으로 날아드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쪽 당국은 군통신망을 개선하기 위한 북쪽의 설비자재 제공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대북 식량 지원 역시 국제사회와 미국의 몫일 뿐 남쪽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남쪽의 이런 악의적 무시에 맞서 북쪽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개성공단을 이용한 위협은 북쪽도 많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이런 상황은 사태를 풀 열쇠가 남쪽 정부의 손에 있음을 말해준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 마련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당국자가 10·4 및 6·15 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어 전단 살포 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마무리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면 남북 관계는 제 궤도를 찾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 특히 청와대의 태도다. 무엇보다 북쪽을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끝까지 기싸움을 벌여 자존심을 유지하더라도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그러는 사이 국력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주변으로 밀리게 된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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