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2 21:21
수정 : 2008.11.12 21:21
사설
돈이 돌지 않고 매출이 뚝 떨어진 기업들이 감산·감원에 나서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은 고통을 나누고 상생에 나서야 한다. 각자도생은 자기기반을 허물어 자칫 공멸을 부를 수 있다.
지난달 초 정부는 키코 피해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8조원대의 선별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1원짜리 하나 구경하지 못했다는 기업이 태반이다. 은행들이 기업·가계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기는커녕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로서도 부실 비율이 높아져 몸을 사리는 것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 지급보증에 나서고 은행채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지원책을 쏟아냈는데도 위기상황에서 자기 앞가림만 하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고 대통령까지 나서 닦달한다고 문제가 풀릴 수 없다. 오히려 관치금융이란 원성만 키울 수 있다. 위기상황에선 정책을 던지기만 해서 제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정교한 기술과 타이밍이 따라야 한다. 감독 당국은 사명감을 갖고 돈 흐름이 왜 막히는지 세밀하게 따져 후속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하다고 연기금 자금까지 끌어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금의 절대 부족이 아니라 돈 흐름이 막힌 데 일차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실물경제 한파가 들이닥치자 감산과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이미 10월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으며, 절반가량이 무급 가족종사자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새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람 셋 가운데 한 명꼴만 취업할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형편이 어렵더라도 기업들은 인력 감축은 자제하고 일자리 나누기나 임금 조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대기업은 고용안정에 기여할 책무가 있다.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도 그러한 논의가 있었다니 성과를 기대해 본다.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은 요구만 하고 혜택을 받았지 경제위기에서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은행도 기업이 부도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 사기가 떨어져 경쟁력이 훼손되고 내수기반도 축소된다. 정부는 물론 대기업, 은행 등 경제주체들이 어렵지만 슬기롭게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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