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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21:22 수정 : 2008.11.12 21:22

사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둔 지난해 6월, 이랜드가 사내업무 외주화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면서 촉발된 ‘이랜드 사태’가 510여일 만에 해결됐다. 이랜드 일반노조와 삼성테스코(홈플러스) 사이에 체결된 파업종결 합의안이 어제 조합원 투표에서 87%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된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이랜드 사태가 노사 합의로 풀린 건 아주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사내 업무 외주화 문제에서, 회사 쪽은 외주화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했다. 외주화는 이랜드 파업의 원인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분규의 주요 쟁점이기에, 외주화를 막은 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 시급 근로자에겐 정규직과 똑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키로 한 점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점에서 한걸음 진전한 것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어려운 투쟁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상승에 받침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노조 지도부의 처절한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안타까움과 함께 많은 걸 생각게 한다. 핵심 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 문제에서, 노조는 징계해고자 28명 중 김경욱 노조위원장과 이경옥 부위원장 등 12명의 자진퇴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회사 쪽과 타협했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모두 지쳐 있어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우릴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와중에, 이렇게라도 해서 다른 조합원들을 살리려 한 그들의 고귀한 선택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다만, 노조 지도부의 개인적 희생으로 파업을 타결하는 방식이 앞으로 이랜드 노조의 발전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금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까지 내던졌던 이랜드에 비하면,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한 삼성테스코의 전향적 태도가 사태 해결에 적잖은 몫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멀리 노사 화합을 내다보며 조합 지도부를 포용하기보다, 이들을 내침으로써 노조 약화를 기대한 회사 쪽의 인식은 여전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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