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11.13 19:58 수정 : 2008.11.13 19:58

사설

남북관계가 파국을 향해 가는데도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관련 부처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소아병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철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니 큰일이다.

정부는 어제 북쪽 전화통지문에 대한 답신을 보냈으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핵심 현안인 10·4 및 6·15 선언 이행과 대북 전단 살포 등에 대해서는 진전된 제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그간 뚜렷한 이유 없이 보류해 온 군 통신선 정상화 자재·장비 제공을 위해 실무협의를 하자고 뒤늦게 제의한 것도 엄중한 상황에 걸맞지 않은 비본질적 접근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난 김하중 통일부 장관 역시 이들을 존폐 위기로부터 구해 내기 위한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더 기가 찬 것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태도다. 그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전보다 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남북관계는 북한 핵문제와 보조를 맞춰야 하며 이전 정권의 대북정책은 잘못이라는 게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 뭘 어떻게 바꾸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잘못은 하나도 없으므로 북쪽이 뭐라고 하든지 지금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뿌리가 닿는다. 그는 그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고, 지난달 외교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는 남북관계 악화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북쪽이 무너지거나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돼도 좋다는 발상이다. 남북 사이 갈등이 커지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각 부처는 대통령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 공허한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곧 이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 파국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 이 대통령의 임기 중에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정말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가. 군자표변이라고 했다. 좋은 지도자는 잘못을 신속하게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그 출발점은 10·4 및 6·15 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