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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6 22:00 수정 : 2008.11.16 22:00

사설

“방송을 가운데 갖다 놓으라”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지난 14일 기자간담회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군가 하는 부분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몇몇 기자들은 신 차관이 지난 7일 정부 부처 대변인 오찬 모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말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자들이 말의 의미를 묻자, 신 차관은 “이 대통령이 한 얘기가 아니라 내가 해석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부와 청와대 쪽은 “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정부 부처 대변인들과의 모임에서 오고 간 얘기들을 전부 밝히면 된다. 대통령과 정부 책임자들이 홍보 대책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자리인 만큼 그 내용을 지금껏 공개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다. 언론을 독재정권 시절처럼 정권에서 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홍보 관련 회의를 비밀로 묻어둬야 할 이유가 없다. 그날 회의록을 당장 공개하기 바란다.

“방송을 가운데 …” 발언을 누가 했느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에 관한 천박한 인식과 발상이다. 권력을 쥔 세력이 자기 기준으로 ‘가운데’를 판정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가운데로 갖다 놓으라’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 방송을 자기 입맛대로 하겠다는 노골적인 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크게 훼손돼 왔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의 정연주 전 사장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내쫓았으며, 뉴스전문채널인 와이티엔 사장에는 대선 후보 시절 특보를 지낸 사람을 앉혔다. 이 대통령과 신 차관이 그 주역이다. 이 대통령은 법에도 없는 한국방송공사 사장 해임권을 행사했으며, 신 차관은 공기업이 보유한 와이티엔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등의 말을 흘려 노조의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무력화시키려고 애썼다. 그런 사람들이 또 “방송 가운데 …” 운운하고 있으니 이 정권의 방송 장악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방송뿐 아니다. 이 정권은 인터넷 글쓰기도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기 등에 관한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해졌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정부의 수사 압박으로 인해 “입을 다물겠다”고 며칠 전 선언했다. 이러고도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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