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7 20:37
수정 : 2008.11.17 20:37
사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오늘로 열 돌이 된다. 1998년 현대 금강호가 처음 출항한 이래 선박·버스·승용차 등으로 190만명 넘게 금강산을 찾았다. 이 사업은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의 디딤돌이 됐고, 99년 1차 연평해전으로 나빠진 분위기에서 다음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이 사업으로 다져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말 그대로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평화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이 사업 열 돌을 맞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난 7월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넉 달 이상 중단된 이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기약조차 어렵다. 그간 돌발 사건과 자연재해 등으로 네 차례 중단됐으나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0여 일에 그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기조 대북정책에 있다. 정부가 10·4 및 6·15 선언을 사실상 무시하는 한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사업까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남북관계에서 최대 고비다.
그런데도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은 그제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정권이 바뀐 뒤 (한-미 사이에) 철저한 공조가 됐다”며 “통미봉남이라는 폐쇄적 생각을 갖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든 미국과의 협의에 치중하겠다는 뜻이다. 며칠 전 ‘(남북관계에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켜 여기서도 결국 미국에 의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으로써 한-미 관계 역시 나빠진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가 바로 그랬다.
정부 대북정책은 아무 결실 없이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평화·협력 구도가 핵문제 해결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거꾸로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켜 기존 성과까지 대폭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앞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해 핵문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협상을 함께 진행시킨다면 남북관계의 모순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북쪽이 그때 가서 갑자기 남쪽에 굽히고 들어오리라는 가정은 환상이다.
경협 기업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남쪽의 경제적 손실은 이미 1천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한계가 드러난 지 오래다. 한시바삐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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