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놀랍고 또 두렵다. 6년 동안 남몰래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해 온 문근영씨에게 퍼부어진 일부의 악성댓글(악플)과 험구가 바로 그렇다. 악플과 험구들은 상식이나 염치를 내팽개친 듯하다. 대표적인 우파 논객이라는 지만원씨는 문씨가 익명의 기부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배우 문근영은 빨치산 슬하에서 자랐다’, ‘문근영은 빨치산 선전용’ 따위 제목으로 문씨의 기부행위와 가족사를 폄하하는 글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는 “저들이 문근영을 최고의 이상형으로 만들어놓고, 빨치산에 대한 혐오감을 희석시키고 호남에 대한 호의적인 정서를 이끌어내려는 다목적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씨의 숨은 선행이 좌파 공작 또는 호남 음모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그와 앞뒤를 다퉈, “좌파들의 위장전술에 앞장서는 문근영” “전라도놈들 … 영웅 만들기” “빨강이 자식이네, 쥐이라” 따위 악성댓글이 따라붙었다. 문씨의 선행이 그렇게 증오와 적대감을 퍼부을 일인지, 놀랍기만 하다. 한 젊은이가 묵묵히 자신의 재능과 부를 이웃에게 나누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 선행을 칭찬하고, 또 미처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아직 어린 그가 일찍부터 그런 마음을 갖게 된 데는 부모와 주변의 가르침이 있었을 것이니, 그 어버이들이 무슨 일을 했건, 또 어디에 살건 그들을 우러르고 치하하는 것 역시 건강한 사회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소외계층을 더 배려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지씨를 비롯한 몇몇 악성댓글꾼(악플러)들은 공동체의 상식과 인간으로서의 염치 대신, 색깔론과 지역색만 들이댔다. 아름다운 일을 한 사람에게까지 ‘좌익 빨갱이’ 따위 독설과 저주를 뿜어대는 게 결코 정상은 아니다.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그런 천박한 흑백논리가 역사상 온갖 비극의 뿌리였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악플과 험구가 우리 사회 일각의 도덕적·지적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면 더 두려운 일이다. 지씨와 같은 악플꾼이 아니더라도, 우파를 자처하는 일부 세력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뜻이 다른 사람이나 주장엔 ‘좌파’나 ‘빨갱이’ 따위 딱지를 마구 붙여대고 있다. 그런 몰상식과 야만적 언어폭력이 우리 사회를 퇴행시킨다. ▶ ‘문근영 악플’ 배후는 지만원씨? ▶ 청소용역 ·영세공장·공사판…공포에 떠는 ‘실직 예비군’▶ 아름다운 여체…그러나,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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