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0 20:05
수정 : 2008.11.20 20:05
사설
수많은 비판과 논란을 무릅쓰고 <한국방송>은 ‘시사투나잇’을 폐지한 뒤 이번주부터 ‘시사 360’을 신설했다. “범람하는 뉴스 속에 놓치고 있는 사안의 본질을 360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겠다”는 기획의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동안 방영된 프로그램은 기획의도와는 생판 다른 모양새를 드러냈다.
첫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다룬 부분과, 둘쨋날 문근영에 대한 색깔론을 다룬 부분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환율폭등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인터넷에서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미네르바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원인을 짚은 ‘미네르바 신드롬, 왜’는 “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었더라면 신드롬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일견 정부 정책의 신뢰성 부족을 사안의 본질로 지적한 듯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프로그램은 어두운 화면 속에 자판을 두들기는 손으로 미네르바를 형상화함으로써 음습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그가 미국 연준과의 통화 교환(스와프)을 말했음에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스와프를 예측하는 오보를 냈다고 해 그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또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말을 따 “미네르바가 자해에 가까운 분석으로 금융불안을 조장한다”는 정부 쪽 주장은 확실히 전하며, 미네르바를 지지한 김태동 교수의 발언은 진의가 정확히 전달되기 어렵게 편집했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미네르바 색출에 나서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상황 악화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의 왜곡된 의제 설정에 동조한 꼴이다.
‘기부천사에 웬 색깔론?’이란 꼭지 역시 문근영에 대한 색깔론은 부당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꼭지의 절반 가량은 극우 인사 지만원씨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사회를 극단적으로 편가르기 하면서 해악을 저지르는 극우 인사의 해괴한 발언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고 유린이다.
‘다양’이란 허울좋은 명분으로 교묘하게 포장해 극우세력에 자신들의 견해를 설파할 마당을 제공하고 주요 쟁점을 비켜가면서 정권의 뜻을 교묘하게 추종·대변하는 ‘시사 360’은 한국방송이 스스로 정권과 우익의 나팔수로 전락했음을 자인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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