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3 19:53
수정 : 2008.11.23 19:53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구상이 드러나면서 그의 포용의 정치가 관심을 끈다. 아직 공식발표는 안 됐지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낙점됐고, 현정부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유임설과 공화당 출신 인사의 입각 가능성도 신빙성 있게 나돈다. 또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를 첫 여성 국토안보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오바마의 내각 인선은 성·나이·인종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한다.
오바마는 이런 인선을 통해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주나 공화당 주가 아닌, 하나의 미국이 있을 뿐”이라는 연설로 전국적 정치인으로 떠오른 이래 그가 추구해 온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담대한 결정은 역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민주당 경선의 라이벌인 힐러리를 핵심 참모로 선택한 것이다. 오바마는 이미 자신의 비서실장을 비롯해 능력이 검증된 많은 클린턴 사단 인물을 차기 백악관과 행정부 진용에 포함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힐러리가 입각하게 되면 그의 구심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오바마는 직접 힐러리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권과 대통령 접근권 보장을 약속하면서까지 입각을 설득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힐러리의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젊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참신한 행보를 보고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기조연설에서 “지금은 전대미문의 위기로, 그에 걸맞은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통령이 내세운 전대미문의 대책이 “기업에 대한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외화 유동성 확보 등의 시책을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충분하게 한다”는 것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아무런 약발도 먹히지 않았던 이런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고 해서 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처럼 필요하다면 한때의 적에게라도 손을 내밀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내는 게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하다시피 해서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거나 협소하게 자기 사람에만 의지해서는 난국을 헤쳐나갈 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오죽하면 여당에서조차 탕평인사를 거론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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