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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3 19:53 수정 : 2008.11.23 19:53

사설

지난 19~20일 제5차 한-미 고위급 협의에서 사실상 타결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둔비 지원금) 협상은 아주 실망스럽다. 그간 불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분담금 전용을 미국의 뜻대로 합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10여 조원에 이르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비슷하게 부담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우리가 요청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우리가 맡고, 미국이 추진한 의정부·동두천 일대 2사단의 평택 이전은 미국 쪽이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은 미군기지 이전 사업비용으로 7억5천만달러(약 1조원)를 책정했으며, 미국 정부도 그 정도 비용만을 지출하겠다고 말한다. 나머지 수조원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전용해 충당하겠다는 뜻이다. 기지 이전 비용의 대부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노골적 압박이다.

국회는 지난해 4월 2007~08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비준하면서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사항을 첨부했다. 분담금 전용이 법적으로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이상희 국방장관 등 정부 인사들은 ‘분담금 전용이 위법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다. 또한 미군은 분담금 가운데 1조1193억원을 기지 이전에 쓰려고 모아둔 상태인데, 정부는 이 사실을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다가 얼마 전 국회에 낸 자료에서 처음으로 인정했다. 정부가 분담금 전용을 인정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모양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8조원 이상 제공된 분담금은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력 증강사업비, 군수사업비 등 네 항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다. 미군 쪽은 일단 받은 분담금은 미국 예산이므로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분담금 용도를 특정한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 또한 분담금 전용은 기지 이전 비용 균등 부담이라는 원칙과도 정면으로 부닥친다.

분담금 전용을 인정하는 협상은 무효이며, 미군이 이미 모아둔 분담금은 반환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지 이전 비용을 이렇게 편법적으로 미국에 ‘상납’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기존 협상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 협상에 나서야 마땅하다. 협정비준권을 가진 국회 역시 국민의 세금이 올바로 쓰이도록 책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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