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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3 19:54 수정 : 2008.11.23 19:54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국제중이나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등의 설립 인가 때 시교육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지침을 슬그머니 폐지했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홈페이지에 지침 폐지 사실만 올렸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다가, 시교육위가 강하게 반발하자 ‘연말까지 지침을 부활하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침을 부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누구의 견제나 비판도 받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행태가 또다시 재연됐다는 데 이번 사안의 본질이 있다.

시교육청이 지침을 폐지한 건 지난 6일, 국제중 지정·고시를 단행한 지 엿새 만이다. 국제중 설립 동의 과정에서 한때 시교육위의 반대로 곤욕을 치렀던 공정택 교육감은 아예 이런 절차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공 교육감이 외부 비판여론을 깨끗이 무시해 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젠 최소한의 내부 견제 기능까지 걸리적거린다고 보는 것이다. 독선도 이런 독선이 있을 수 없다.

시교육청의 갑작스런 지침 폐지는, 은평 자사고의 설립인가와 관련이 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시교육청은 국제중 논란 때처럼, 은평 자사고 설립을 시교육위가 반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은평 자사고 설립주체인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서울시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공 교육감에게 수백만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 의혹이 있을수록, 자사고 설립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더욱 엄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를 피하려 기존 규정을 바꾸기 시작하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 교육정책은 극심한 신뢰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금 공 교육감이 부른 가장 큰 후유증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교육을 우리 사회 분열과 반목의 최전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시민 직선으로 뽑혔다고 해서, 교육감이 모든 정책 결정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는, 일반 시민의 의견을 좀더 민주적이고 폭넓게 교육에 반영토록 한다는 데 있다. 시민 의견은 차치하고라도 시교육위의 견제까지 회피하려는 공 교육감의 인식과 행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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