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4 19:31
수정 : 2008.11.24 19:31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인 정화삼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각종 불법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도 수사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이들 말고도 역시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이상호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장이 관련 회사의 탈세 혐의를 받고 있고,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런 혐의 가운데는 아직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전임 노무현 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측근 기업인이 대통령 형을 통해 잘 말해 주겠다며 거액을 챙기거나, ‘공교롭게도’ 기업 인수를 앞두고 차명으로 해당 기업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였다가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기는 일 따위는, 권력 주변에서 이득을 챙기는 전형적인 행태다. 정권이 이를 방조했거나 못 본 척했다면 곧 권력형 비리고, 몰랐다고 해도 무능하다는 질타를 면할 수 없다. 그렇게 ‘한몫 챙기는’ 분위기가 권력 주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참여와 도덕성, 개혁을 앞세우던 앞 정부에서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으니,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비리가 있다면 정치적 의도나 배경을 따지기에 앞서 이를 발본색원하는 게 먼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고, 다시 그 다음 정권에서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일도 더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은 지금 제기된 의혹부터 한 점 의문 없이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이런 수사가 권력과 공직사회 주변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려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지나간 권력’의 비리 못잖게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사위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에 몇 달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태에서는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긴 어렵다. 그러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이 한꺼번에 나서 앞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먼지털기 식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표적사정, 정치보복, 흠집내기 따위 말도 나왔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현 집권세력 관련 비리에도 똑같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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