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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5 21:14 수정 : 2008.11.25 21:14

사설

수출과 내수가 예상 밖으로 빨리 꺼지고 있다. 기업실적이 나쁘면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은행 건전성도 하루가 다르게 걱정인데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해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책이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에 근거해 분명한 원칙과 실행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 세계경제의 부침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경제팀이 빈틈없이 역량을 다할 때 경제주체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차기 경제팀을 직접 발표하면서 “우리는 1분도 허비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당장 오늘부터 중산층 가정과 금융시장을 돕는 일에 착수할 것”이라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경제팀 내부에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진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엊그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연 동포 간담회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물론 경제위기가 극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동포들을 격려하려는 선의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주식이 언제 오를 것이라는 따위의 발언은 대통령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경제 현장에서 혼선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결코 적절치 않다. 이 대통령이 펀드라도 사겠다고 한 뒤에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시끄러웠던 게 바로 두 달 전의 일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전대미문의 위기라고 했다. 비록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랬더라도 근거 없는 낙관은 삼가야 한다.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판에 정제되지 않은 말을 되풀이하는 게 무슨 보탬이 될지 참모들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의 완화를 언급한 것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부실 대출과 방만한 경영이 문제의 근원이면 환부를 도려내야지 은행 건전성 규제를 완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옥죄고 이것이 금융혼란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는 정부의 미약한 구조조정 의지가 한몫을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빈말이 아니라 분명한 원칙과 정교한 실행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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