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5 21:15
수정 : 2008.11.25 21:15
사설
아무리 언론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해도 이 정권은 마이동풍이다. 아니 갈수록 더한다. 지금까지 이 정권이 추진해 온 언론정책은 그 공익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돼 왔다. 그동안 무리한 인사로 방송 장악에 나섰던 정부가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법과 예산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그제 의결한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기본법)과 시민방송 등 비영리방송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 및 여론 다양성 보장을 위해 제정된 신문발전기금 등의 대폭 축소 조처가 단적인 사례다.
방통위는 기본법 제정 취지를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있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기본법안은 ‘방송통신’ 개념을 기존 통신 개념을 단순 확장해 사용함으로써 방송을 통신에 흡수시켰다. 방송의 개념을 규정하는 ‘공중’과 ‘편성’이 사라짐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이 증발해 버렸다.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법안에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증대라는 말을 끼워넣는 것으로 분칠했다. 그러나 방송의 기본적 서비스란 개념에 대한 정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분칠은 한갓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더 가관은 법안추진팀 소속 인사들이 사회와 토론을 맡는 우스꽝스런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연 지 사흘 만에 방통위가 문제 법안을 의결하고 다음달 국회로 넘기겠다고 서두르는 점이다. 정부·여당의 방송 민영화 계획을 뒷받침하려는 뜻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행태를 볼 때 방송의 기본적 서비스를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 규정한 뒤 공영방송의 범위를 대폭 축소해 문화방송 등 나머지 지상파 방송을 민영화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라디오와 시민방송에 대한 조처는 또 얼마나 얄팍한가. 풀뿌리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이들 방송에 지원하는 예산이라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를 삭감하고 공익채널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이거나 공익성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문발전기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부의 조처를 중단시킬 책임이 있다. 기본법의 필요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풀뿌리 민주언론의 목을 죄는 예산 삭감을 철회시켜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