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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집회, 교육의 일부다 |
‘학교교육에 희생된 학생을 위한 추모제’가 그젯밤 학생과 시민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큰탈 없이 끝났다. 예상보다 참가자가 적었던 것은 “징계하겠다”는 당국의 엄포와, 교사들을 현장에 동원한 전방위적 압박이 먹혀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천명의 경찰로 집회장을 에워싼 삼엄한 경비도 한몫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집단행동이라 하여 가로막기만 하려는 우리 사회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꼴이다.
추모제에는 고교 1학년생들이 가장 많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는 진학 뒤 처음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새로 도입한 상대평가 방식의 내신등급제에 대해 터져나온 불만과 관련이 있다. 새 평가방식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중시라는 원칙을 살리되, 과거 절대평가의 문제점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바뀐 제도의 문제점에 더 민감했을 것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교육 당국은 첫 시험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새 제도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대목은 이번 추모제가 입시 위주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에 대한 집단적 항의였다는 점일 것이다. 어른들의 귀에는 그런 주장이 경쟁의 불가피성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의 항의는 현재 우리 교육이 비생산적인 경쟁으로 학생들을 내몰면서, 대다수를 패배자로 낙인찍는 데 있음을 새길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정제된 것은 아니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교생들의 반란’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14일에는 사이버 단체 ‘두발 제한 폐지 서명운동’이 여는 문화제가 같은 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참가 학생들을 징계하겠다는 엄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에게도 주장을 펼 통로가 있어야 한다. 광장에서 벌이는 토론도 교육의 중요한 일부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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