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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독전승의 의미 퇴색시키지 말아야 |
오늘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대독전승 60돌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쉰세 나라 수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때 문명세계의 존립까지 위협했던 파시즘 박멸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식행사를 전후해서 다양한 양자간 정상회담을 열어 현안들을 논의한다. 러시아는 옛소련 시절부터 나치독일의 군 지도부가 항복문서에 조인한 5월8일의 다음날을 전승기념일로 삼아 행사를 벌여왔다. 냉전시대에는 서방 쪽 인사들의 불참으로 초라하게 치러졌던 행사가 갑자기 화려한 무대로 바뀌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도 들리고 있다.
전승행사를 무대로 때아닌 ‘역사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발트 3국 수뇌들과의 회담을 마친 뒤 “종전이 세 나라에 평화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점령과 공산주의 압제도 불러왔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붉은 군대가 동유럽의 해방자였지, 압제자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세 나라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일본에서는 옛소련이 전쟁 말기 중립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대일전쟁에 나선 점 등을 들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굳이 행사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이 불거졌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옛소련이 파시즘에 정면으로 맞서며 치른 엄청난 희생을 폄하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2차대전에서 인구대비 희생자의 비율은 미국과 영국이 약 0.3%, 0.6%인 반면, 옛 소련은 14%에 이른다. 나치 독일의 파격적 진주로 진행되던 유럽지역의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꾼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공방전에서 소련군의 2개월 동안 전사자는 미국과 영국군이 2차대전 전기간에 입은 희생자 수의 합계와 거의 같다. 2차대전의 승리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연합해 거둔 값진 성과로 어느 한쪽의 독점물이 아니다. 아무리 세월의 흐름속에 풍화된다고 해도 그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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