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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6 19:37 수정 : 2008.11.26 19:37

사설

요즘 대북정책에서 정부보다 더 강경한 쪽이 한나라당이다. 최근 며칠 동안 한나라당에서 쏟아지는 발언들을 보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아예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선과 이념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남북관계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을 토해내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6·15 선언(10·4 선언의 착각인 듯)은 허황되고 과장적인 공약이 많다”고 말했다. 10·4 남북 정상선언의 의미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정부 공식입장보다도 훨씬 강경하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정권이 바뀌어도 대외정책 기조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말을 가장 많이 한 게 한나라당 인사들이다. 다른 나라의 대외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은 지난 정권의 정상회담 합의마저 깔아뭉개는 건 무슨 경우인가. 그러면서도 겉으론 남북 화해와 신뢰 회복을 주장한다. 아예 남북 대결과 대립이 우리 정책기조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 적어도 그 표리부동에 대해선 비판받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명박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한술 더 떠 “북한 수령체제가 변경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도 연목구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추구했던 북한 체제 교체론과 똑같다. 김정일 체제가 바뀔 때까지는 북한과 어떤 실질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버텼던 부시 행정부는 임기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태도를 바꿨다. 그 결과는 북한 핵위기의 심화와 미국의 고립이다. 이렇게 실패한 정책을 이젠 우리가 답습하자고 정권 핵심인사가 주장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한나라당이 강경 목소리를 내는 데엔 나름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 선명한 대북정책으로 보수 진영을 묶어 세우려는 뜻이 담긴 듯하다. 정부·여당의 행동이 매번 이런 식이다. 정치가 그렇고, 교육이 그렇고, 대북정책이 그렇고, 검찰 수사가 그렇다.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적 통합은 아랑곳없이, 국론이 분열돼도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지금이라도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널리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가 초당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도록 독려하는 게 한나라당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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