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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7 19:42 수정 : 2008.11.27 19:42

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와이티엔>(YTN) 노조원들이 검은옷을 입고 뉴스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그제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내세운 논리가 옳은지는 둘째 치고라도, 옷차림까지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어처구니없다. 과연 우리가 중세 암흑시대가 아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나 한 것인가.

이번 징계는 전례도 없을뿐더러, 무리하기 짝이 없다. 지금껏 옷색깔이 방송 심의 대상에 오른 일은 없다. 과다 노출이나 선정적 문구가 쓰인 옷을 제재한 일은 있었지만, 와이티엔 앵커와 기자들이 그런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품위를 잃은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국가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어떤 옷차림과 색깔이 공정한지 심의한다는 것도 제 소임을 외면한 일이다. 방송 심의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방송을 둘러싼 배경이 아니라 방송된 내용 자체가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노조원들이 검은옷 차림으로 뉴스에 나왔다고 해도 그들이 전하는 뉴스의 내용이 공정하고 공익에 맞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 옷차림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정책에 대한 정치적 항의 표시라고 해서 문제 삼은 것이라면 더욱 부당하다. 따지자면 선거 참모를 지낸 대통령의 측근을 보도전문 채널의 사장에 앉힌 것부터가 정치적 중립 등 공정보도를 위협하는 일이다. 그에 대한 노조의 반대는 방송이 공적 매체로서 본분을 다하도록 하려는, 정당한 행동이다. 이를 처벌하는 게 도리어 방송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일이고, 정치적 의사 표현과 언론자유를 가로막는 게 된다.

방통심의위는 앞서 <한국방송>(KBS)이 불교계 집회를 보도하면서 화면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낮은 수준의 징계인 ‘의견 제시’ 결정을 내렸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한 뉴스 조작은 정작 가볍게 다루면서, 와이티엔에 대해선 앞으로 재허가 때 감점 요인이 되는 무거운 징계를 내린 것이다. 형평에 맞지 않으니, 그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심의위는 또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진술은 듣지 않았고, 그런 절차적 흠을 지적하는 내부 항의도 무시한 채 결정을 강행했다. 편파적인 정치 심의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사과하고 반성할 쪽은 와이티엔 기자들이 아니라 방통심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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