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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8 19:34 수정 : 2008.11.28 19:34

사설

헌법재판소가 그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중심의 지상파 방송광고 대행체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방송 시장화를 강화하려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도입 계획에 발걸음을 맞춘 듯해 유감스럽다. 헌재가 관련 법 개정을 주문한 시한인 내년 12월은 정부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헌재는 이달 중순에도 정부의 무리한 종부세 무력화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코드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이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코바코는 군사정권이 방송통제를 위해 1981년 설립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민주화 이후 여러 차례 개혁 또는 존폐 여부를 두고 논란이 돼 왔다. 헌재는 또한 보완책으로 중소 방송사에 일정량의 광고 제공 의무화, 광고가격 상한선 책정, 공공성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보조금 지급 등을 권고했다. 헌재 스스로 이번 결정이 가져올 악영향을 우려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 행태를 보면 코바코 체제 해체 또는 약화는 방송 독과점 강화와 프로그램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38개 지상파 방송 가운데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 등을 제외한 대부분은 지금처럼 코바코를 통한 광고물량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흑자 상태인 29개 지역·종교·라디오 방송사 가운데 한 곳 외에는 모두 적자로 바뀐다는 조사도 있다.

지상파 광고가 몇몇 채널에 몰리고 광고를 의식한 프로그램이 늘면 여론 다양성과 방송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벌 계열사가 주도할 민영 미디어렙 역시 방송사에 대한 대기업과 정부의 압박 통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해결책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아니라 코바코 체제의 개선을 포함해 방송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정부는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방송 시장화를 밀어붙여 몇몇 큰 매체와 재벌계 업체의 여론 독점을 강화하고 방송 장악을 꾀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반면 방송의 공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 시민단체들과 많은 매체가 이제까지 정부 언론정책을 비판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만약 자신의 구상을 강행하는 도구로 이번 헌재 판결을 활용한다면 국민의 거센 저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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