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8 19:35
수정 : 2008.11.28 19:35
사설
세계적 경제위기로 지구촌이 고통에 휩싸인 이 연말, 인도의 뭄바이에서 발생한 잔혹한 테러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인도 경제 심장부의 상징적 호텔을 대상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테러는 9·11 테러 당시의 공포를 상기시킨다.
4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테러를 누가 왜 저질렀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인도 내부의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자생조직의 소행으로 추정하는 주장이 좀더 설득력 있게 제기되지만 외국인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 연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이든, 그리고 어떤 대의나 명분을 내세우든,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 살육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규탄이나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같은 강경 대응만으로 테러를 종식시킬 수 없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국내외적인 불의나 사회경제적·종교적·인종적 차별 등이 극단주의와 증오에 바탕을 둔 테러리즘을 낳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공격이 무슬림을 처형한 데 대한 복수라고 밝히고, “우리도 이 나라를 조국으로 사랑하지만, 우리 어머니와 누이들이 살해될 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외쳤다는 테러범의 발언이 단적인 예다.
19세기에 무굴제국이 무너진 이래 인도에서는 식민종주국인 영국의 분열주의 정책에 따라 무슬림들은 차별의 대상이 돼 왔으며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도 정부의 조사로도 11억 인구의 13.4%를 이루는 무슬림들은 힌두인들에 비해 더 가난하고 덜 교육받으며 평균수명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도 정부가 1948년 유엔 결의로 인정된 카슈미르의 자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 역시 무슬림의 분노를 자극해 왔다.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는 테러의 근원적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테러와 관련해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이 문제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두 나라는 벌써부터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대립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서남아의 안정을 해쳐 국제사회를 요동치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두 나라의 이성적 대응을 추동해야 할 이유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