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30 19:47
수정 : 2008.11.30 19:47
사설
새해 예산안을 실질적으로 다룰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심사가 이번주 본격화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부가 예산안을 다시 수정해 내놓지 않으면 소위 활동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혀 여야 사이에 더 격한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인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거듭 당의 결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도 협조할 일은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예산안은 통상적인 심의를 하기에는 얼개 자체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산안의 기조가 경제위기 해법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4% 성장이 가능하다며 외눈박이처럼 밀어붙이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잘못이 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경기 부양과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부유층에 세금을 늘리고 취약계층에 지원을 확대하는 게 선진국의 추세다. 그렇지만 283조8천억원에 이르는 수정예산안을 보면 서민·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는 뒷전이고, 규제 완화와 종부세 무력화로 부유층의 세금은 뭉떵뭉떵 감면해주고 있다. 10조원을 늘린 경기부양용 수정예산안에서도 저소득층 복지지원 확대에 고작 1조원, 실업대책에 3000억원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내놓은 예산안도 복지보다 성장에 중점을 둔 것으로 기조가 같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수지 동향 조사 결과 10가구 중 3가구꼴로 가처분 소득이 소비지출보다 적어 적자 살림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 전대미문의 어려운 상황이 닥치고 그 고통은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며 서민생활 안정과 실업 대책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경제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새해 예산안을 야당과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대미문의 대책이 되도록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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