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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2 21:07 수정 : 2008.12.02 21:07

사설

국민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건가. 라디오 연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아침 <한국방송>과 <교통방송>을 통해 라디오 연설을 했다. 문제는 그것이 전날 있었던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통령 연설에 대한 반론을 펴라면서 여당 대표에게 시간을 주는 게 말이 되는가.

실제로 방송 내용을 봐도 ‘반론’은 눈귀를 씻고 찾아도 없다. “우리 당에게 과반수가 훨씬 넘는 의석을 준 의미를 되새기면서 반드시 정기국회 마감일인 12월9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등 정부를 두둔하거나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내용뿐이다. 이를 두고 반론 방송이라니 우스개가 따로 없다.

한국방송 쪽은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3당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나라당 쪽도 자신들에게도 방송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남이야 반론을 펴든 옹호를 하든 상관하지 마라”고 주장한다. 어이가 없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정당 지도자들에게 연설 시간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인 반론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지만 대통령 역시 소속 정당이 있는데다 연설 내용도 정치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기에 반대 정치세력에도 동일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차원이다. 곧, 각 정당에 골고루 방송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반대 세력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같은 편인 여당이 빠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그래야만 정치적 공정성과 형평성이 유지될 수 있다.

방송연설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사례를 봐도 이는 명백하다. 미국은 토요일 오전 대통령의 주례 연설이 방송되고 난 뒤 상대 정당 지도자의 연설이 곧바로 이어진다. 대통령 소속의 정당 지도자에게 동일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여당이나 한국방송 식의 계산이라면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같은 정당 지도자에게도 방송 시간을 줘야 한다.

구구하게 따질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정부·여당이나 한국방송도 자신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정치적 경쟁을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잔꾀를 부리면 안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니잖은가. 공정하게 하든지 아니면 대통령 연설도 당장 그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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