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3 21:10
수정 : 2008.12.03 21:10
사설
고속철도(KTX) 여승무원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런 판단에 따라 법원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고된 여승무원들에게 앞으로 매달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비록 긴급한 권리 구제를 위한 가처분 소송에서의 결정이고 본안 소송은 남겨두고 있지만, 엊그제 법원이 조목조목 제시한 근거로 볼 때 여승무원의 지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이런 판단은 다른 판결에서도 이미 나왔다. 코레일 쪽이 해고된 여승무원들을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서, 1·2심 재판부는 여승무원에 대한 코레일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비록 근로자 지위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재판이 아니긴 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했던 것이다. 게다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게 최근 판결 추세다.
따라서 코레일이 공공기관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런 판단을 수용해, 1000여일이나 짓밟아온 여승무원의 권리를 당장 회복시키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여전히 본안 판결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본안 판결이 달라지리라 기대하는 눈치도 아니면서 무작정 깔아뭉개자는 것이니,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마구잡이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이 정권의 눈치가 무섭긴 할 것이다. 어설픈 꼼수로 고용관계를 은폐하고, 이에 근거해 여승무원 부문을 외주화하려다 최악의 분규를 자초한 데 대한 책임추궁도 피하고 싶을 터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코레일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수백명의 노동자가 1000여일째 거리를 헤매고 있고, 젊음과 꿈과 가정이 파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코레일을 잘못된 행태가 다른 공기업의 변칙적 외주화의 전범이 되어, 다른 공기업 노동자마저 비정규직 혹은 용역직의 나락 속으로 떠미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기업도 아니고 국민 혈세를 토대로 하여 운영되는 공기업이, 국민에게 이런 짓을 할 순 없으며, 법과 상식을 이렇게 무시할 순 없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의 문제도 지적돼야 한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들이 거듭 여승무원의 코레일 노동자 지위를 부정했고, 코레일은 이를 근거로 여승무원의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책임있는 당국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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