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5 19:08
수정 : 2008.12.05 19:08
사설
‘경제·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정당·시민사회 단체·각계 인사 연석회의’가 그제 출범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사회당이 참여했고, 시민사회 쪽에선 참여연대와 민변·민주노총·전농 등 진보 성향 단체 대부분이 참가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이후 최대 규모의 연대 조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많은 정당·사회단체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은 힘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반대편을 포용하려는 노력은 포기한 채 모든 분야에서 독선적 국정 운영을 계속했다. 그 결과 유례없는 경제위기 와중에서 국론은 분열되고 이념 대립은 더욱 심해졌다.
물론 현 상황은 20년 전과는 판이하다. ‘독재 타도’란 명쾌한 구호를 내세웠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반이명박’ 구호만으로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하나로 결집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어제 열린 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된 건 그런 예로 보인다. 연석회의란 게 결국 민주당을 강화하려는 포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진보진영 내부에선 나온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연합론’ 발언과 맞물리며 이런 논란은 증폭됐다.
그러나 여러 한계와 우려가 있음에도, 지금은 연석회의와 같은 연대틀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내후년의 지방선거까지 내다보며 ‘민주대연합론’을 말하는 건 시기상조일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무차별적 이념 공세에 실망한 많은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틀로서 연석회의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또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각자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반영해 왔다면, 많은 국민이 이렇게 무력함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권에 실망하면서도 마음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 내지 못했다면, 이젠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색해 나가는 건 의미가 있다. 지금은 미래의 진로를 둘러싼 차이점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본다. 이 정권의 ‘분열 정치’에 맞서는 ‘통합의 구심체’가 필요하고, 연석회의가 그런 몫을 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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