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5 19:09
수정 : 2008.12.05 19:09
사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가까스로 새해 예산안과 관련법안을 12일까지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다. 여야는 어제 한때 협상이 결렬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여야는 그동안 상속·증여세 보류, 중산층 이하 소득세 인하, 중소기업 법인세 감세, 생필품 부가세 면제 등에 의견을 근접시켰다. 막판까지 쟁점이던 종부세는 세율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 종부세 세율을 낮춤으로써 가구별 합산과세 위헌판결을 받은 종부세는 또 한 차례 무력화됐다.
여야가 극한 대립은 피했지만 남은 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맞아 세계 주요 나라들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늘리면서 서민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새해 예산안은 그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1%의 부유층에겐 세금을 감면해 주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크게 늘린 반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거의 늘리지 않았다.
여태껏 예산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원인은 정부·여당이 잘못된 정책기조를 밀어붙이려 한 데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도 성장률에 집착하며, 감세는 경기 부양을 겨냥한 것인 만큼 부자들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 위한 감세라고 되뇐다.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사회안전망은 취약하고 빈곤 서민층은 당장 끼니를 잇기 어려운 지경이다. 어느 세월에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는 ‘국물 효과’를 들먹이고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예산안의 4% 성장 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예산안 처리일정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세입·세출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제가 남아 있다. 청와대가 예산안 통과시기를 못박고 한나라당이 작전하듯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지금 같은 상황에 요구되는 국회의 정치력이 약화된다.
엊그제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 인사 연석회의’가 밝혔듯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면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사회통합 정책과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내년 예산안에 계수로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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