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5 19:09
수정 : 2008.12.05 19:09
사설
지난해 12월7일 삼성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에 들이받힌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쏟아낸 원유는 1만2547㎘. 그로 말미암아 황폐화된 굴·김·전복·미역 양식장은 820곳 1만5039㏊, 조피볼락·넙치 등 종묘시설은 81곳 248㏊, 해수욕장 15곳 …. 그 후 인적은 사라졌고, 음식점 4067곳, 숙박시설 1092곳이 휴폐업했다.
그동안 주민들이 낸 피해신고는 10만건, 그러나 지금까지 보상된 것은 54건, 160억원. 비옥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은 이제 날품팔이로 전락해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눈물도 말랐고 가슴도 타 버렸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지금껏 주판알만 튕기고, 가해자들은 딴청만 피우고 있다.
겉보기에 태안의 해안과 연근해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가까운 바닷속은 지천이던 주꾸미·꽃게가 사라지고, 바다의 난폭자 불가사리만 득실댄다. 굴과 조개 양식장은 앞으로 20년이 지나야 사고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지에스칼텍스의 시프린스호 사고지역이 10년이 흐른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는 걸 보면 과장이 아니다. 하긴 눈에 보이는 반환 미군 기지 17곳의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데 3200억원이 든다는데, 넓이로나 깊이로나 비교도 안 되는 바다 밑 오염을 정화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까.
정부가 가해자처럼 시간이 약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런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선지원과 오염자의 부담 원칙이다. 오염자가 주민의 피해보상은 물론 파괴된 생태계 복원까지 책임지는 건 국제적으로 공인된 원칙이다. 액슨 발데스호 사고 때 미국 정부, 프레스티지호 사고 때 스페인 정부가 취한 것처럼 정부는 삼성중공업이 무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이 경우 문제는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이나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는 데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상이 이뤄지기 전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주민이 이전에 해 왔던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 지원금은 보상기금이나 가해자 쪽의 보상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지금까지 정부는 순전히 국민의 자발적 헌신에 의존했다. 이제부터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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