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7 19:38
수정 : 2008.12.07 19:38
사설
지난주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화재 원인이나 피해 양상을 보면, 40명이 희생된 지난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와 판박이다. 과거의 참사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화재는 용접 작업 중 샌드위치 패널의 스티로폼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지난 1월 화재의 주범도 냉동창고의 벽과 바닥 등에 뿌려진 우레탄폼과 공장 외벽의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은 값싸고 단열성이 높다지만, 불에 잘 탈 뿐 아니라 20여 종의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 위험물질이다.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와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98년 부산 암남동 냉동창고 공사현장 사고 등 대형 화재사고에서 숱한 인명을 앗아간 주원인이 우레탄폼 등에서 나온 유독가스였다.
그동안 관련법 개정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는 우레탄폼 등의 사용이 금지됐지만, 공장이나 창고 등에는 지금도 아무런 제재 없이 우레탄폼과 스티로폼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이천 지역에만도 그런 창고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행정 당국은 지난 1월 참사 이후에도 안전관리와 감독 강화만 내세웠을 뿐,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제3·제4의 이천 화재참사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우레탄폼 등 가연성 물질의 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하고 불에 잘 타지 않는 단열소재만 쓰도록 강제규정을 두어야 한다.
피해가 이토록 커진 데는 1월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와 감독 부재도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연성 물질이 가득 찬 밀폐공간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데도 사전 안전조처나 화재감시인 배치 등 정해진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용접 작업자에게 사전에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라든지, 다른 작업자들이 화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큰 피해를 본 것도 지난 1월과 비슷하다. 소방당국이 감독을 했다지만 현장에선 개선된 게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안전관리규정을 강화하고 회사와 관련당국의 책임을 엄하게 묻기는커녕, 용접공의 실화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지난 1월 참사의 유족들은 이번 화재 소식에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한탄했다. 이런 탄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이라도 고칠 건 서둘러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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