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8 20:02
수정 : 2008.12.08 20:02
사설
경영 효율화 명목으로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다그치는데, 우려되는 점이 한둘 아니다. 정부는 공기업들이 지난달 낸 구조조정 계획이 미흡하다며 경영 효율성을 10% 이상 높이라고 지시했다. 조직, 예산뿐 아니라 인력의 대폭적인 감축을 주문한 것이다. 한국전력이 임원진에게 사표를 받고 정원의 10%에 해당하는 2천여명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공기업이라고 무풍지대로 남을 순 없다.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낭비는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에 지속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몰아치기 식으로 해서는 경영 효율화에 실제로 도움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앞장서 부추기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 운영법상 공공기관에 속하는 305개 기관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모두 26만명인데, 극단적으로 10%가 줄어드는 상황을 가정하면 2만6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경기침체로 민간 고용이 위축될 때는 공공부문에서라도 고용 흡수력을 가져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에 견줘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인력감축을 명분으로 신규인력 채용까지 기피하면 공공부문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으로 실업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다.
공기업발 감원 도미노 또한 우려되는 점이다. 정부의 지침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업 친화적인 정부가 민간기업에 구조조정의 명분을 주려는 뜻이 있지 않나 의심하게 한다. 그런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원의 15%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한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안을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로 치켜세울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을 강조했던 것과도 배치돼 혼란스럽다.
성격과 기능이 다른 공기업을 일률적인 잣대로 다그쳐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공공부문은 고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개별 공기업의 경영실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 한 마디에 농협 임원들이 옷을 벗고 공기업들이 앞다투어 인력 감축에 나서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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