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8 20:03
수정 : 2008.12.08 20:03
사설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경제 한파의 냉기가 사회 곳곳을 얼어붙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도움과 배려가 절실한 이웃이 늘어나지만, 정작 도움의 손길은 더 움츠러드는 모양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회복지 시설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고, 노숙인 단체 등도 지난해 이맘때와 같은 겨울나기 후원이 올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선단체들에 대한 기업과 ‘큰손’들의 기부가 크게 줄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기업들의 기부가 쇄도했던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경우, 올해는 기부를 늘리거나 새로 기부에 나선 기업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도 기업 기부가 개인 기부보다 많던 것이 얼마 전부터 반반으로 바뀌었다가 올해는 오히려 개인 기부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개인 기부는 늘었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업 기부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기부가 대부분인 굿네이버스의 경우, 지난 10월까지의 기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어 연간 목표액을 거의 달성했다. 이들 개인 기부자들의 평균 기부액이 2만3천원 정도라니, 대부분 자신도 힘든 살림을 꾸리는 서민들일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도 힘든데 가난한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는 따뜻하고 작은 마음들이 하나씩 모인 결과다.
어려운 이웃들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이를 확충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부 몫이다.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선제적 재정정책을 통해 서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는 시혜나 구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하려는 필수불가결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그런 노력에 기업이나 개개인이 예외일 순 없다. 나만 살아남고 나만 잘살려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나누는 사회가 다시 일어설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외환위기 때 우리가 충분히 경험한 바다.
이제 기업들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줄이려 할 게 아니라, 이런 위기를 국민과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 조금의 여유가 있는 이라면 이웃에게 따뜻함을 나눠야 할 때이기도 하다. 종합부동산세 환급액만 모아도 어려운 여러 이웃의 세밑을 밝힐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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