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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9 21:15 수정 : 2008.12.09 21:15

사설

노동부가 그제 내놓은 ‘최저임금제 개선방향’을 보면, 노동부가 과연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 부처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기업의 노무관리 부서 정도로 전락한 느낌이다. 유례없는 경제한파 속에 수많은 노동자들은 생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마당에 그들을 지원할 생각은 않고 최저임금과 밥값마저 깎겠다니, 이 정부는 벼룩의 간을 빼내 부자들을 살찌우는 정책만 펴는 형국이다.

노동부의 반노동자적 정책은 예견됐던 바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최저임금제를 손질한 뜻임을 내비쳤다. 최저임금제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자 만든 제도다. 올해 우리나라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이다. 매주 44시간을 꽉 채워 근무하고 주휴 수당을 받아도 한 달에 손에 쥐는 건 85만원이다. 임기 중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이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 나라의 노동자가 한 달 85만원, 연봉 1천만원을 받는 게 과연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인가.

노동부는 “취업이 가장 어려운 계층인 고령자와 저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들에 한해 최저임금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깎는다고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건 한심한 발상이다. 오히려 60살 미만의 노동자들이, 더 싼 값의 노동력을 찾는 사용자들에 의해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노동자 생존권 문제는, 고용 확대와 같은 산술적 계산과 상관없이 인권 차원에서 다루는 게 옳다. 60살 이상 노동자라고 해서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포기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게 타당한 일인가. 이런 정책은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21세기 고령화 시대에, 어떻게 나이 든 이들을 차별하는 정책을 이렇게 버젓이 내놓을 수 있는지 기가 찰 뿐이다.

문제는 노동부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인식이 지극히 전근대적이고 반인간적인 게 핵심이다. 이들은 오로지 기업활동만 편하게 해 주면 모든 게 해결되리란 시대착오적 맹신에 빠져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시곗바늘이 얼마나 거꾸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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