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9 21:16
수정 : 2008.12.09 21:16
사설
이상희 국방장관이 국방업무 책임자이자 60만 장병의 총지휘자로서 적임자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 장관은 반민주적이고 편향적인 사고에 너무 깊이 젖어 있다. 엊그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한 발언이 단적인 사례다. 이 장관은 “입대하는 장병 중에는 대한민국 60년을 사대주의 세력이 득세한 역사로, 군은 기득권의 지배도구로서 반민족·반인권적 집단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가관·대적관·역사관이 편향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들을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구비한 강한 전사,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의 생각대로 장병들의 정신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다. 이야말로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다. 장병들은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시민일 뿐이다. 군에 소속됐다고 이들의 사상과 정신까지 지배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불온서적 금지나 역사교과서 수정 의견 등을 두고 “군의 정신전력 강화활동”이라고 변명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것을 “이념전쟁”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장관의 왜곡된 인식과 편향된 사고를 보여준다. ‘민주시민’을 위한 교양 필독서로 추천받는 도서를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박정희와 전두환 등 독재자까지 미화한 두 사례에 대해서는 보수언론과 여당의원들조차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자성하기는커녕 되레 큰소리다.
그뿐만 아니다. 국방부는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정권부터 추진해 오던 국방개혁 정책을 대부분 폐기하거나 훼손하고 있다. 국방부 간부의 문민화 후진, 육군·해군·공군 등 삼군 균형 정책의 퇴보, 무기획득 체계 변경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로 말미암아 해군과 공군 등의 반발뿐 아니라 육군 내에서도 작전병과와 타병과 사이의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국방부의 국회 연락관 철수도 이 장관의 독선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발언이 이 장관 등 군 고위인사의 입에서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초보 장관의 업무 미숙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잘못된 사고방식과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더 큰 파문이나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문민 의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계속 군 지휘를 맡겨도 괜찮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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