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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9:34 수정 : 2008.12.10 19:34

사설

감사원이 어제, 공무원의 소신행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기업 지원이나 대민 봉사업무에서 순수한 동기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엔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면책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이런 결정엔 나름의 고민이 담겼다고 본다. 경제위기 와중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한데도, 공무원들이 기업 구조조정 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들에선 몸을 사린 채 결정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는 현실이 적잖게 작용했을 터이다. 감사원 정책감사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한 데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발표는 감사원 본연의 기능인 회계 감사와 공무원 직무감찰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거꾸로 현정부의 코드에 맞춰 감사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감사원이 ‘기업 및 대민 지원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가중처벌 하겠다’고 말하는 건, 일선 행정을 또다른 형태로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마저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나서면,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방관하는 공직자들의 무소신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감사원이 새 정부 입맛에 맞는 ‘맞춤 감사’를 벌인 건 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 전임 정부의 혁신도시 사업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언론에 흘렸고, 지난 8월엔 ‘만성 적자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식의 추상적인 근거를 대며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을 제청했다. 정권 요구에 순응한 이런 식의 감사가, 감사원이 그동안 해온 수많은 정책감사의 빛을 바래게 한 핵심 요인이다. 지난 정권의 정책과 사람을 난도질한 데 대해선 한마디 반성도 없이 새 정부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는 걸 “면책하겠다”고 하면, 누가 감사원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일선 공무원들이 결정을 미루면서 몸을 사리는 게 감사원 책임만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을 움직일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않고,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근본 이유다. 이런 문제는 감사원이 감사 기조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감사원에 가장 중요한 건 추상 같은 엄정함과 정치적 독립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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