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0 20:00
수정 : 2008.12.10 20:00
사설
새해 예산안의 막판 최대 쟁점이 된 4대강 하천 정비사업비 7900억원은 아무리 봐도 석연찮다. 정부는 홍수에 대비해서 물길을 정비하는 것이라 설명하지만, 조금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예산 내역이 너무 부실하다. 국민 혈세를 7900억원이나 쓰겠다고 계획을 잡았으면서도 어떤 강의 어떤 사업에 얼마를 쓸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별 근거도 없이 8천억원 가까운 돈을 무조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구멍가게 운영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4대강 가운데 낙동강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4469억원이 책정돼 있는 것도 이상하다. 이는 올해(1836억원)에 비해 무려 243%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 한마디로 정부가 내놓은 자료로는 4대강 정비사업의 타당성이나 시급성 등을 판단할 수가 없다.
따라서 4대강 정비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의 숙원인 한반도 대운하로 가고자 숨겨 놓은 예산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갑자기 4대강 정비사업비를 대폭 늘린 것이나 대운하의 주요 수로인 낙동강에 집중적으로 배정한 것 등은 그것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2012년까지 ‘4대강 물길잇기 및 수계정비 사업’에 쓰겠다고 밝힌 14조원의 예산 규모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비 추정액(14조~16조원)과 비슷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 청와대 경제수석이 “4대강 수질개선 사업 뒤에 많은 사람이 운하를 하자고 하면 말자고 못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여권 예저기에서 대운하 지피기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러나 대운하는 이미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의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른 명목으로 일단 삽질을 해서 나중에 변경하겠다는 식으로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국회는 4대강 정비 사업비에서 숨어 있는 부분을 철저하게 찾아내야 한다. 홍수 예방 등 필요한 사업을 벗어나서 강바닥을 쓸데없이 깊게 판다든지 하천 주변에 새도시니 공원을 만들겠다는 등 장차 운하를 대비하는 사업은 철저하게 삭감해야 한다. 대신 그 돈은 경제위기를 맞아 고통을 당할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복지 예산에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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