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1 22:11
수정 : 2008.12.11 22:11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을 파면·해임하는 등 중징계를 했다. 지난 10월 일제고사 형태로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때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신청한 체험학습을 허락해 고사를 보지 않도록 했다는 것인데, 징계 사유부터 형평성에 이르기까지 왜곡과 편법으로 점철돼 있다.
시교육청은 이들이 학교장의 결재가 필요한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자녀들이 평가에 불참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결재가 필요 없는 담임 편지 형태로, 일제고사의 의미 등을 소개하고 선택권의 존재를 고지했을 뿐이다. 또 평가에 불참한 학생들을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게끔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험학습 신청자를 무단결석으로 처리하도록 요구한 것은 시교육청이었다. 사유부터 엉터리였다.
굳이 문제를 삼자면,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인 선택권의 존재를 알렸다는 사실뿐이다. 지금까지 교육의 자율성,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부단히 강조해 온 이 정부나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에 대해서만큼은 학부모 학생의 선택권을 부정한 셈이다. 설사 그것이 문제라 하더라도 교사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해고의 중징계를 할 만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퇴출 대상 부적격 교원의 조건으로 시험문제 유출 및 성적 조작, 성범죄, 금품수수, 상습적인 폭력 등을 꼽았다. 어디에 해당되는 걸까. 형평성만 놓고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거의 무법자다. 서울시교육청은 국가청렴위원회의 시·도교육청 청렴도 평가에서 내리 2년 꼴찌였다. 그만큼 교직원이나 재단의 비리에 관대했다. 특히 상습 성추행이나 금품수수마저 경징계를 했다.
다수 국민은 일제고사에 대해, 경쟁교육을 심화시켜 아이들의 창의성과 잠재력 개발을 저해하고, 사교육비만 늘릴 것으로 우려한다.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 전문성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교사의 자율성은 교권의 핵심이다. 문제의 교육정책에 대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교권 행사인데, 이를 파면으로 다스렸으니 교권 살해나 다름없다.
‘리틀 이명박’으로 불리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이번 일을 통해 이 정권의 반민주성, 반교육성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굳이 1980년대 전교조 교사 대량 해고 사태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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