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1 22:12
수정 : 2008.12.11 22:12
사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낮춰 연 3.0%로 내렸다. 이렇게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적이 없으며, 통화정책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꾼 1999년 이후 3.0%까지 내린 것도 처음이다.
한은은 경기의 빠른 하강을 막고 자금 경색을 풀어주고자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한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에 공조한다는 뜻도 있다.
그렇지만 금리 인하는 물가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금리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불러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 그런 부담을 안고 단행한 조처인 만큼 반드시 긍정적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 은행, 기업 일각에선 한은이 귀를 막은 채 성직자적 행보를 한다며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출 것을 집요하게 압박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국민경제 전체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은 그나마 한은이 신중한 행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춘 만큼 정부와 은행이 위기 상황에 맞게 처신할 차례다.
먼저, 시장금리가 내려가 기업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줄고 추가적인 부실을 막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실세금리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여 자금 중개기능이 막혔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은행채 등을 인수하면 금리는 좀 내려가겠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려면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 기업 부도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엊그제 기업 구조조정을 채권·금융기관 자율에 맡기되 퇴출보다는 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 구조조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해 모든 기업을 안고가려 해서는 환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살아날 기업은 지원하되 그렇지 않은 기업은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부실기업을 솎아내지 않으면 신용경색으로 멀쩡한 기업까지 흑자도산을 할 우려가 있다. 외형 경쟁으로 손실 위험이 높아진 은행들의 책임도 크다. 은행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옥석 가리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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