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2 19:43
수정 : 2008.12.12 19:43
사설
“누가 우리더러 스승이라 부르는가?” 1989년 5월28일 발표한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창립선언문은 이런 참혹한 반성에 터를 잡았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린한 독재정권의 폭압적인 강요로 말미암아 집권세력의 선전대로 전락하여 국민의 올바른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반성 위에서 지난 20여년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피땀 흘려 일군 교육 민주화의 성과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과거 독재정권처럼, 이명박 정권은 교육을 정치권력의 선전도구로 전락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각종 교육자치기구는 정권의 꼭두각시로 떨어졌다. 마침내 일제고사와 관련한 학생의 선택권을 고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시교육청이 교사를 대거 파면 또는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교원노조 창립과 함께 1500여 교사가 해직당했던 야만의 계절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학문적 혹은 교육적 성과를 무시한 채 정권이 멋대로 왜곡하는 역사교과서 파동은 여러 야만적 행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학교 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는 교육 시장화 정책은 교육복지의 해체와 함께 극단적인 교육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입시 부활을 의미하는 학교 선택권 강화나 학교 다양화 정책은 아이들을 시험기계로 만들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켜 교육을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때 전교조의 새 집행부가 선출됐다. 다시 백척간두에 선 새 집행부에게 차마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전교조가 언제 안온했던 적이 있었던가. 독재자는 항상 민주 교육, 인간화 교육 등 참교육 운동은 빨갱이 의식화 교육으로 매도했고, 깨어있는 교사는 내쫓으려 했다. 지금 정권과 수구언론, 그리고 각급 교육기관, 공안기구가 일체가 되어 하는 작태는 20년 전과 똑같다.
그러나 전교조는 온갖 탄압 속에서도 합법화를 이뤘고, 교육 민주화의 끌차 구실을 했다. 그 원동력은 학부모와 학생의 전폭적 성원이었고, 이는 참교육에 대한 전교조의 헌신과 열정에서 비롯됐다. 엄혹한 시기, 전교조는 창립 때의 다짐을 새롭게 새기면서 학생 학부모의 뜻을 존중하고 이들과 함께 참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서, 다시 교육 민주화의 대장정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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