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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4 22:08 수정 : 2008.12.14 22:08

사설

한나라당이 지난주말 284조5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예산안 여야 합의 처리는 한 가닥 희망이었다. 한나라당은 그러한 바람을 저버리고 야당과 합의한 약속까지 파기함으로써 오만과 독선의 실체를 드러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서민 삶이 벼랑에 내몰리는데도 사회 안전망이나 일자리 예산은 거의 늘리지 않았다. 대신 부자 감세에 ‘삽질 예산’은 크게 늘렸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서민보다는 기어이 소득 수준이 높은 부유층과 건설족을 끈끈히 배려하고만 것은 통탄할 일이다.

예산 부수법안을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통해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선심성 예산으로 논란을 빚은 새마을운동 세계화 예산의 경우 여야가 7억4천만원 감액하기로 합의했는데, 처리 과정에서 합의를 깨고 9억4천만원을 증액해 51억5천만원이나 책정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예산 통과 뒤 의총에서 “오늘로 예산 전쟁 끝, 연말까지 법안 전쟁”을 선언했다니 오만과 독주를 공언한 셈이다. 여야 합의 정신은 실종됐으며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돌격대를 자임하고 말았다. 그러한 정치력 부재로 난국을 헤쳐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요구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일자리 창출은 거의 증액되지 않았다. 내년 봄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대란이 발생하는 상황이 예견되는 데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소득에 영향을 끼친다면 내년에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빈곤층이 2006년 10.6%의 두 배인 20.9%로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보장·보험을 받는 3.9%를 제외한 17.0%가 사각지대에 빠질 경우 1천만명 가까운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사회적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운하 의심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은 8천억원 가까운 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부는 홍수에 대비해서 물길을 정비하는 것이라 설명하지만 어떤 사업에 얼마를 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형님 예산’ 논란을 빚은 포항지역 관련 사회기반시설 예산은 전년 대비 95% 늘어난 4370억원이 책정됐다. 남북협력기금은 크게 깎이고 실체가 모호한 공안수사비,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 추진 예산 등은 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꼭 필요한 데 써야 할 혈세를 주먹구구식으로 나눈 것이다. 부자 감세로 세입이 줄고 국채 발행은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더 나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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