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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결단, 시간이 많지 않다 |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재개 논의가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그제 정상회담을 갖고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회담 재개를 위해 가장 애쓰고 있는 두 나라의 정상이 ‘깊은 우려’라는 말을 쓴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노 대통령은 어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지난 5일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전화회담을 했고, 다음달에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및 주변국의 모든 정상회담 일정이 북한핵 문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를 진원지로 해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연이어 흘러나오는 것도 심상찮다.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하지만, 개연성을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일단 핵 보유를 선언한 이상 가장 분명한 증거인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전략적으로 큰 실수가 될 것이다. 모든 나라가 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데다 핵 보유가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난 해소에 기여할 여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핵실험 준비설이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상황을 급박하게 몰아가려는 강경파의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으며 6자 회담 참가를 위한 명분과 여건 조성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좀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 북한의 우려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 무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이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다면 문제를 협상으로 풀 수 있는 길은 더 멀어진다. 마지막 6자 회담이 열린 지 1년이 다 돼간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은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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