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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5 19:55 수정 : 2008.12.15 19:55

사설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연구원을 두고 보름 남짓 감사를 벌였다고 한다. 지난 5월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 건설’이라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했던 김 연구원 개인을 표적으로 한 감사라고 하니, 징계를 전제한 것임이 틀림없다. 양심선언 당시 징계 계획은 없다고 공언했던 건기연이, 그것도 7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했으니, 정부 압력이 있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감사를 통한 해임 등 중징계는 이 정권의 전가보도다. 김윤수 한국현대미술관 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터무니없는 감사 결과를 디밀며 해임했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에 대해선 감사원까지 동원했다.

김 연구원 사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뜻하는 의미는 다르다. 그는 참여정부 인사도 아니고, 이 정권과 정치적 이해가 다른 사람도 아니다. 그저 과학자이고 연구원이다.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공개했을 뿐이다. 따라서 앞의 경우가 밥그릇 챙기기 차원의 의지 표시였다면, 김 연구원의 경우는 정권에 피해를 끼치면 반드시 앙갚음한다는 보복 의지의 표시다. 세상의 모든 조폭이 한결같이 따르는 준칙이다.

수법의 졸렬함은 조폭만도 못하다. 파렴치범 혹은 무능력자 따위로 몰고자, 뒤지고 캐고 털어댄다. 양심선언 당시 그는 이미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어떻게든 낙인을 찍겠다는 것이다. 물론 제2, 제3 양심선언의 돌출을 막으려는 것일 수 있다. 출범 이후 무리의 연속이었으니 입막음할 것도 많을 터이다. 특히 4대강 정비 운운하며 뒤로는 대운하를 추진하는데, 또다른 양심선언이 나오면 치명적이다.

김 연구원은 고백을 한 이유에 대해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건 세상 모든 아비의 마지막 소망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권력을 앞세워 부끄러운 짓을 강요하고, 이에 대한 반성이나 고백도 못하게 만든다. 도대체 쥐꼬리만한 양심이라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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