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6 20:45
수정 : 2008.12.16 20:45
사설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인 <시민방송>(RTV) 직원들이 자신들의 고용·연봉 계약을 이달 말로 스스로 해지하고, 무급 자원봉사로 방송을 제작할 것이라고 한다. 방송발전기금 지원 중단과 공익채널 선정 배제 등으로 존립이 위태로워짐에 따라 자구노력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처절하기까지 한 희생을 감수하기로 한 것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방송을 이대로 접을 순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시민방송은 2002년 9월 개국한 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 시민사회 단체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매체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주노동자·장애인·여성 등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이 한 해 평균 1400여 편이라고 하니, ‘시청자 참여 방송’(퍼블릭 액세스)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시민방송의 이런 기능을 아예 말살할 모양이다. 시민방송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하더니, 지난달에는 각지역 케이블의 기본채널 편성 대상인 공익채널에서도 탈락시켰다. 시민방송이 내리 3년째 공익채널로 선정됐고 ‘시청자 참여’ 부문에선 올해 유일하게 신청했는데도 그런 결정이 내려졌으니,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 결정으로 시민방송은 연 25억원의 예산 가운데 20억원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는 또 위성방송 사업자가 시민방송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온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제작·지원도 시민방송을 배제하는 쪽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공익 프로그램인 만큼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하라는 방송법 취지에 어긋난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명확한 이유나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다. 시민방송의 성향을 문제 삼아 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 참여를 두려워해, 아예 이를 봉쇄하려는 등 정치적 의도도 의심된다. 그러지 않아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국정감사 때 시민방송에 대한 지원을 문제 삼아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미 방송관련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터놓으려 한다. 그렇게 ‘재벌 방송’은 허용하면서, 시민 참여와 이들의 목소리는 틀어막으려 하는 꼴이다. 당장 중단하고,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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