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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8 20:04 수정 : 2008.12.18 20:04

사설

1년 전 오늘,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지켜보며 국민은 희망을 품었다. 그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큰 표차로 승리했다. 한나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지역과 계층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실제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정책에 구현해 경제를 살리라는 기대의 표현이었다. 그 역시 이런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당선 소감에서 “분열된 우리 사회,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선 “국민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선택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함께 나누는 국민성공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들도, 새 정권이 적어도 이런 방향으로 가리라 기대했고 ‘국민성공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좀더 나은 경제적 과실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꼭 1년이 흐른 지금,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경제는 추락했고, 서민들은 생존의 가장자리로 내몰리는데도 사회 안전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국회에선 논란이 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과, ‘개혁’으로 치장한 이념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학교에선 교사 7명의 강제해직에 항의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은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지난 1년보다 앞으로 남은 4년을 더 끔찍해하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실망과 허탈감 속에 마음을 거둔다. 감동과 기대는 사그라졌고, 분노와 증오만이 사회 곳곳에서 치열한 이념 투쟁의 불길을 지피고 있다.

더 두려운 건, “겸손해지겠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은 어디로 갔는지 남 탓만 하며 제갈길을 가는 그의 오만과 독선이다. 그는 지금의 어려움을 ‘지난 10년 진보정권의 탓’으로,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 탓으로 돌리지만, 자신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에게 했던 말들, 대선 승리 직후의 약속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는 돌아보려 하질 않는다.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경제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대선 공약을 부여잡곤 정책기조와 사람을 새롭게 손질하고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의 상표였던 ‘실용’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완고한 이념적 집착 속에 빛을 잃었다.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자가 아니라 ‘분열의 지도자’로 자리잡은 게, 불행하지만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이고 국민이 마주한 현실이다.

그러나 지나간 1년이 끔찍했다고 해서 남은 4년의 기대마저 버릴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국민이 투표소에 들어서며 품었을 기대와 희망을 다시 새겨봐야 한다.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했던 건 유연함과 열린 마음이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유능한 사람을 찾아서 쓰고, 진보든 보수든 옳은 건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였다. 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잡아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겸허함이었다. 이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고 되돌아볼 때, 이 엄중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이 1년 전 오늘 국민에게 했던 말들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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