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8 20:06
수정 : 2008.12.18 20:06
사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은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만드는 데 한은이 10조원을 대기로 한 것이다. 이 펀드는 은행이 발행한 우선주나 후순위채를 사주는 방식으로 은행 자본을 늘려준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건전성을 높이고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그런 조처를 취했다고 한다. 20조원을 모두 투입하면 지난 9월 말 현재 10.86%인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2.6%포인트 상승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이 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권에 대한 선제적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어 이번 조처는 이해할 만하다. 은행들이 신청하면 자금을 투입하게 되므로 가용한도 20조원이 반드시 과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손쉽게 한은의 발권력에 기댄 점은 문제가 있다. 당국은 외환위기 때처럼 혈세인 공적자금을 또다시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덜고, 국회 동의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이 방식을 택한 듯하다. 정부가 한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은행들에 중소기업과 서민을 지원하고 인수 합병과 같은 덩치 키우기는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은행별로 기업 구조조정 전담조직을 신설 보강해 부실 징후가 뚜렷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거나 퇴출시키도록 조처하겠다고 한다. 공적자금 투입 때처럼 관리감독을 깐깐히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지원 단계에서 은행들의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배당 축소 등이 이뤄지도록 잡도리를 해야 할 것이다.
한은이 특별융자를 한 것은 지난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지금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지원에 병행해 일관되고 원칙 있는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가 스며들 여지를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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